두 살배기 릴리는 발끝으로 서서, 큰 고양이 전시관의 두꺼운 유리벽에 양손의 작은 손바닥을 쭉 펴서 대고 있었다. 유리 너머에는 밝은 호박색 눈을 가진, 무려 500파운드에 달하는 거대한 벵갈 호랑이 라자가 서 있었다. 이 거대한 포식자는 이리저리 거닐거나 으르렁거리는 대신, 투명한 유리벽 하나만 사이에 두고 릴리의 얼굴에서 코끝이 불과 몇 인치 떨어진 곳까지 고개를 숙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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릴리는 왼쪽으로 세 걸음 가볍게 내디뎠고, 그녀의 작은 신발이 포장도로 위에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. 라자는 즉시 몸의 무게 중심을 옮기며,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릴리의 움직임에 한 걸음 한 걸음 맞춰 따라갔다. 릴리가 웃으며 오른쪽으로 세 걸음 뒤로 물러서자, 그 거대한 고양이는 다시 한번 릴리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했고, 그 놀랍도록 부드럽고 우아한 움직임에 주변에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.
호랑이가 뒷다리로 앉자,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,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. 라자는 무겁고 푹신한 앞발 하나를 들어, 릴리의 손이 얹혀 있는 바로 그 위치의 유리창에 대었다. 그는 눈을 감고 깊은 울음소리를 내며, 마치 오랜 친구에게 경의를 표하듯 어린 소녀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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