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사나운 폭풍이 몰아쳐 이미 위태로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. 바람은 쉴 새 없이 울부짖으며 쉼터와 비콘을 위협했습니다. 철민 씨와 박 박사는 서로 몸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비바람과 싸웠습니다. 손이 마비되고 얼굴은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얼음장 같은 바람에 따가웠습니다. 폭풍은 이 외딴 곳에서 자연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거세게 몰아쳤습니다.
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혼란 속에서도 등대는 그들의 생명줄이자 폭풍우를 뚫고 나오는 희망의 등불이었습니다. 철민과 박 박사는 희미한 도움의 손길에 자신들의 생존이 달려 있다는 것을 알기에 초조하게 지켜보았습니다. “저 사람들이 볼 수 있을까?” 철민은 바람소리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중얼거렸고, 두 사람은 함께 모여 깜빡이는 불빛에 시선을 고정했다. “그래야죠.” 박 박사가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. “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잖아요.”
